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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바둑 2월호에 실린 도신스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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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광사 작성일2009.02.05 조회8,6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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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하루

         
             바둑으로 포교하는 도신스님



                                   

서광사의 주지이며 노래하는 스님으로 유명한 도신스님은 바둑계와 인연이 많은 불교계 인사이다. 노래만큼이나 바둑도 끔찍하게 사랑한다는 그가 얼마 전 사찰에 바둑교실을 열었다. 불교와 노래와 바둑과 함께하는 그의 일상과 철학을 들여다보았다.

                         
오전 9:50

공기 중의 먼지까지 얼려 떨어뜨렸는지 멀리 산 정상에서 반짝이는 솔잎파리까지 눈에 들어온다. 눈발이 날리던 낮은 구름은 온데간데없고 파란 하늘에 듬성듬성 떠 있는 뭉게구름이 서광사를 보듬고 있는 부춘산의 멋진 배경이 되어 준다.

서광사에 도착했다. 서광사는 신라말 경순왕 2년(982년)에 대경대사가 창건하였다. 본래 삼선암으로 불리던 사찰은 1986년 돌아가신 법장스님이 주지로 오며 ‘서광사’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타 사찰과 다르게 시내와 가까이 위치한 서광사는 웅장하면서도 현대적인 대웅전을 지난해 새로 건축하여 지역의 명소가 되고 있다.

                     

오전 10:00

도신 스님이 접견실로 들어왔다. 하필 추운 날씨에 내려 오셔서 고생이 많다는 한마디로 인사를 나눈다.

-먼저 사찰에서 바둑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곳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불교에 대해 자라나는 세대들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에 대해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던 중에 청소년, 특히 어린이들에게 바둑과 함께 불교에 대해 알리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까?

“작년 3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작년 말까지 외부인에게 운영을 맡겼었고, 올해부터 서광사에서 직접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바둑수업은 언제,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수업은 전문 지도사범님이 맡고 있습니다.” 

-학원비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물론 저렴하게 하고 싶지만 시내의 바둑교실과 비슷한 수준을 맞추고 있습니다. 대신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려고 합니다.”

-차별화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시죠.

“사찰에서 운영하는 바둑교실이니만큼 바둑뿐이 아닌 정신수양에 도움이 되는 장으로 만들고 싶어요. 서광사는 템플스테이를 실시하면서 많은 프로그램과 경험을 갖추고 있습니다. 입증된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다. 또한 별도로 영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의 영어교육을 할 예정이다. 외국인 현지인 교사와 협의 중이다.”

-그렇다면 불교에 관한 내용이 교육에 포함되는 것입니까?

“꼭 부처를 믿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좌충우돌 살아가는 일반 대중에게 권해주고 싶은 것은 오래전부터 사찰에서 해오던 명상법과 수행을 통해 지친 심신에 활력을 주고 다시금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자아성찰의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스님들이 행하는 수도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바둑을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이 너무 어려 바둑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한 방법들이 바둑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집중력 향상에 특히 좋습니다. 예를 들면 처음에 숫자 1에서 100까지 무작위로 몇 개를 불러 준 후 기억을 시키면 거의 대부분 숫자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명상이나 다른 수련 후엔 많은 수의 숫자를 대부분의 청소년이 기억해 냅니다. 잡생각을 비워내고 나면 들어갈 자리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특히 프로기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후에 유명 바둑도장이나 연구생들에게 프로그램을 소개할 생각입니다. 반대로 템플스테이 체험에 바둑을 통한 수행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집중력이라고 한다면 프로기사들의 그것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인데…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집중이란 부분에서 시작해 전체로 퍼져가는 집중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전체를 보고 부분을 보는 집중이 필요하다. 프로기사의 집중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집중입니다. 하지만 불교에서의 집중은 스트레스를 푸는 집중입니다.”

-바둑교실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불교 쪽에서는 녹록치 않은 반응을 많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노래를 통해 포교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거의 같은 반응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제 이후로 노래하는 불제자가 여러 명 생겼습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진심을 알아줄 때가 분명히 올 것입니다.”



 

5장의 앨범을 발표한 도신스님은 싱어 송 라이터로 최고의 기타리스트였던 신중현 씨와 가수 이남이 씨에게 기타기법과 작곡을 배웠다. 그는 1991년 ‘도신의 국악가요’를 출반하여 1집만 무려 1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별다른 홍보 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앨범으로는 찾아보기 힘든 성과로 그의 기타와 노래 실력은 음악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오전 10:30

서광사는 공사가 한창이다. 작년 대법당과 문화센터를 완공했으며 현재도 불국정토를 가꾸기 위한 성역화불사가 쉼 없이 추진되고 있다. 도신스님은 2층 방 한 칸을 요사로 사용하고 있다. 스님의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닫이를 열자 책꽂이를 빼곡이 채우고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눈에 익은『월간바둑』도 보이고, 바둑단행본과 노래책, 불교관련서적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다. 구석마다 여러 대의 기타가 버티고 서 있다. 달마가 그려진 통기타도 있다.

-바둑은 언제 배우셨어요?

“바둑은 1979년 법현스님에게서 배웠습니다. 단수를 처음 배웠죠. 당시 노스님께서 제 돌 따먹는 재미를 한껏 누리셨어요. 하지만 재미도 있고, 약도 조금 올라 책을 사다가 공부를 좀 했죠. 나중에 중광스님(걸레스님으로 유명한)과 서울에서 생활할 때 시간이 조금 나서 기원을 찾아 갔었죠. 절에서 6급 정도는 될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두어보니 6급이라는 분에게 판판히 나가떨어졌죠. 나중에는 치수가 세 점까지 밀렸어요. 저도 승부근성이 조금 있는지라 바로 한국기원을 찾았습니다.” 

-아! 그곳에서 전영선 사범을 만나신 거군요?

“네. 1991년으로 기억되는데, 당시 관철동에 있던 한국기원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바둑 고급강좌를 열고 있었는데 바로 전영선 七단이 지도사범이셨죠. 시간이 만만치 않아 두 달 정도 밖에는 강좌를 듣지 못했어요. 하지만 사석에서 몇 번 만나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며 친분을 쌓았어요. 얼마 후 들리는 말이 기재는 출중하나 술을 워낙 좋아해서 바둑을 망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중생구제’ 차원에서  많이 쫓아다니며 술 단속을 했다. 아침 일찍 찾아가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지방에 있을 때는 전화로 대신 단속을 했죠. 그리고 단학을 권하기도 했어요. 술을 적게 마셔서 그런지 몰라도 얼마 후 명인전 4강까지 올라가기도 했어요. 전 사범이 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그러시더군요. ‘스님 때문에 술을 끊어 1~2년 더 살다 갑니다. 감사합니다.’라구요.”

-그럼 꽤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오셨네요. 그때 바둑이 많이 늘었겠습니다.

“ 처음 전사범과 치수고치기 바둑을 둬서 14점까지 깔고 두었죠. 나중에 돌아가시기 전에는 정선으로 뒀으니 많이 늘긴 늘었죠. 제 바둑을 보시고는 책을 소개해 주셨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됐습니다. 조남철 선생이 쓰신「사활의 기초」와「행마의 기초」,「행마의 급소」를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봤어요. 하지만 전 사범님은 저보고 머리가 나쁘다고 놀리셨어요. ‘제가 당신 제자들보다도 훨씬 많은 판은 배웠는데도 아직도 이 정도 수준이면 돌머리 아니냐?’고 하셨죠.”


방 안에는 전 七단이 남겨준 바둑판이 소중히 보관되어 있다.

                            
  
-현재 기력이 어느 정도입니까?

“음... 요즈음에는 주로 인터넷 바둑을 많이 합니다. 타이젬에서 8단 두고 있습니다. 사이버오로는 6단이죠. 특히 사이버오로는 만 판 이상을 뒀습니다. 아직도 하루에 5판 정도는 둡니다.”

-바둑과 불교의 공통점을 찾는 다면?

“바둑은 승부를 내어야만 하는 게임이죠. 분명히 상대가 있지만 자신을 다스릴 수 있어야 승리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자신을 다스린다는 것은 참는 것을 말합니다. 즉 참을 수 있어야만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바둑과 불교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불교에서는  세상의 온갖 모욕과 고통, 번뇌를 참는 것을 아주 중요시 합니다. 불교에서는 ‘인욕(忍辱)’이라고 하는데 불제자들이 꼭 넘어야만 하는 불법수행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오랜 시간 수행을 하다보면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아는 체를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일정한 경지에 이르면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을 더욱 중요시 하게 된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와 같습니다. 바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보다 내가 더 나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상대를 얕보면 승리할 수 없습니다.”

-바둑계에 꽤 많은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대상, 김동엽, 김성룡, 박성균 등 많은 프로기사와 아마 강자들과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다 정 사범님의 충고를 따른 것인데, 많은 유형의 상수들을 만나 봐야 바둑이 늘 수 있다고 충고를 해 주셨어요. 특히 김동엽 九단에게는 지금도 배우고 있습니다.”

-바둑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데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바둑에 대한 열의는 식지 않으시는군요?

“바둑이란 것이 알아 갈수록 오묘한 세계에 대한 갈망이 더 해지더군요. 그래서 바둑공부를 게을리 할 수가 없어요. 더구나 요새는 정석이 계속 변화하잖아요. 예전에는 익히 알고 있는 정석만이 최선의 수라고 믿었지만 지금은 달라진 것이 많아요. 불교도 똑같습니다. 예전 법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좋은 방향으로 개선을 해야죠. 율법에 보면, 맨 발로 포교하고, 마차 같은 이동수단을 이용치 말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서 맨 말로 걸어 다니며 부처님 말씀을 전 할 수는 없습니다.”


바둑판에 직접 돌을 놓으며 정석 변화에 대해 설명하는 도신스님
                            

인터뷰 중에도 계속 전화벨이 울린다. 스님의 핸드폰 벨소리는 자신의 3집에 수록되어있는 ‘외로운 사람들’이란 곡이다.


-바둑과 관련해서 다른 계획은 없는지?

“올 여름에 신부님과 목사님, 그리고 스님들이 모여 ‘종교인 화합 바둑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예산을 지원받아 서광사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현재 천주교와 개신교 관계자들과 대회일정에 대해 대강의 합의를 한 상태입니다. 바둑을 매개로 종교간 화합을 이룰 수 있고, 나아가서는 바둑이 활성화 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매년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을에는 「전영선 선국집」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바둑계와의 인연의 시초가 되어주신 전 사범님께 자그마한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 소망중의 하나가 전영선배 아마대회를 개최하는 것입니다.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노력할 것입니다. 바둑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의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불제자로서 목표라고 한다면 당연히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겠지요. 다른 꿈이나 소망은 없으신지?

“제 스승이신 법장스님의 유언 중에 복지재단을 만드는 것에 대한 것이 있습니다. 유지를 받들어 꼭 사회복지재단을 건립하고 싶어요. 그래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돈이 없어 기재를 버리는 바둑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싶습니다.”

 

오후 12:00 

점심공양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내려갔다. 세 분의 스님과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


오후 12:30

공양을 마친 스님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탁구대로 향한다. 식사 후에 가벼운 운동으로 탁구를 선택한 것이다. 간단히 탁구를 즐긴 스님은 바둑교실 교육을 맡고 있는 지도사범과 바둑교실의 활성화를 대한 대화를 나눈다.

 

오후 1:20

다시 요사로 돌아온 스님은 김성룡 九단에게 전해 달라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림과 서예에도 조예가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만?

“별 다른 것은 없고, 중광스님에게 눈 도둑질 좀 했습니다.”


몇 번의 붓질로 멋진 학이 하얀 종이위에 오롯이 서 있다. 그 밑에는 김 九단을 위한 덕담을 써 넣는다.

‘맘껏 날아올라라. 안될 일이 없다. 긍정적으로 살아라. 세상은 이미 너의 것이다.’

그리고는 다른 종이를 꺼내 먹을 한껏 묻혀 원을 그려 넣는다. 그것이 ‘소구멍(牛入門)’이라 한다는 설명과 함께…

“하루는 노스님께서 펜으로 종이에 원을 그리시며, ‘이것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 구멍에서 소가 나온다. 소가 나오면 얘기를 해 다오.’ 하고 말씀하시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쳐다봐도 소는 나오지 않더군요. 어릴 때라 정말 소가 나오리라 생각하고 쳐다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깨달음에 대한 화두를 던지신 것이지요.”


-그렇다면 스님께서는 소를 보셨습니까?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집중하여 들여다보면 무엇인가 얻는 것이 있습니다. 만사가 집중에서 이루어집니다. 집중을 통하여 하나를 건져 낼 수 있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삼매(三昧)라 말합니다.”

    

오후 2:30

도신스님과 바둑교실을 찾았다. 사찰 앞에 넓은 터에 서광사 유치원과 함께 자리 잡은 바둑교실은 3층 건물 모두를 사용하고 있다.

교실로 들어서는 스님을 보자 어린이들은 합장을 하며 인사한다. 오후 수업은 미취학 아동 3명이 바둑을 배우고 있다. 스님은 앉자마자 한 어린이와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비록 입문단계의 수준을 갖고 있는 어린이와의 바둑이지만 스님의 표정은 한없이 즐거워 보인다. 눈높이를 맞추어 연실 칭찬을 해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좋은 수네!”

“훌룡한 창작인데!”

“아휴, 훌룡해, 훌룡해”


옆에서 보고 있던 두 명의 어린이까지 합세하여 쫑알거리며 혼을 빼 놓지만 스님은 어린이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핫도그를 사 주겠다는 약속까지 해가며.

                                  
오후 3:40

한바탕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은 스님은 관음전을 향해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글 사진/ 이주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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