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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뱃돈 삼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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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운 작성일2009.01.29 조회8,34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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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뱃돈 삼천만원


본사의 큰스님께 설날 세배를 드리러 갔습니다.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산길을 지프로 올라갔습니다.

큰스님께서 계신 곳은 소나무가 울창한 산꼭대기입니다.

함께 동승한 사숙스님께서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겨."

말씀하시더니 "내리면 알지? 배신인 겨..배신."이란 말씀을 덧붙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차창에 머리를 대고 차바퀴와 낭떠러지와의 거리를 살펴봤습니다.

한 뼘도 채 되지도 않았습니다.

"이 길에서 해마다 차 한 대씩은 구른다면서요?"

"응, 그런데 이상하게 죽지는 않더라고.."

"사숙님..우리가 그 첫 번째가 될 것 같습니다."

"음, 그랴? 그래도 가는 겨.."

이리 미끌 저리 미끌 숨 조이다 마침내 큰스님 계신 곳에 당도했습니다.

부랴부랴 가사, 장삼을 수하고 큰스님 방에 들어갔습니다.

눈썹이 허연 큰스님께서 미리 연락을 받으시고 꼿꼿하게 좌정해 계셨습니다.

"그래..설이라고 이렇게 얼굴들 보니 좋구먼..자 절들 해봐."

절을 올리고 나서 사숙스님께서 큰스님께 말씀하셨습니다.

"스님..새해 덕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그래…….요즘 어딜 가나 소인배가 많은데 너희들은 어딜 가든 절대 소인배 짓은

하지 않고 살 거라. 중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고 당당하게 살아. 비굴하게 아첨이나

하고 작은 일에 너희들의 큰마음을 쓰지 말거라. 크게 보고 자유롭게 살아.

그게 중이여..그리고...세배를 받았으니 세뱃돈을 줘야겠지?"

"예……." @^________^@v

"흠...내가 돈을 적게 줄 순 없고.. 천만원 받을래? 이천만원 받을래?"

사숙스님께서 심호흡을 크게 하시더니 당당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예! 그럼, 삼천만원만 주십시오."

"흠..그래..옜다, 삼천만원이다."

우리는 큰스님께서 주신 세뱃돈을 구겨지지 않게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갑자기 주머니가 두둑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이리 미끌 저리 미끌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선방에서 동안거중인 한 스님을 뵈었습니다.

스님은 싸리비를 들고 길가의 눈을 쓸고 계셨습니다.

"그래..큰스님께 세뱃돈은 많이 받았구?"

"네..삼천만원이나 받았습니다."

"그래? 난 겨우 이천만원만 주시던데."

스님이 천원짜리 두 장과 만원짜리 한 장을 흔들어 보이셨습니다.

우리도 천원짜리 세 장과 만원자리 한 장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그러자 소나무 가지에 얹혀있던 눈이

후드득 소리를 내며 떨어졌습니다.

혹시 눈이 떨어진 이유가 따스한 햇살 때문이라고 생각지는 않으시겠지요? ^^

- 서운 -

댓글목록

예쁜코스모스님의 댓글

예쁜코스모스 작성일

돈 벌기 쉽지 않죠...
세배드리구 삼천만원벌엇다면 대박인데요..
새해부터 대박낫으니 날마다 좋은날만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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