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하모니카 [엽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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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운 작성일2009.01.29 조회8,346회 댓글1건본문
가을, 깊은 산 중턱에 자리한 암자에 낙엽이 지고 있습니다.
스산한 바람이 낙엽을 모아 마당 모퉁이에 쓸어 놓았습니다.
탑돌이를 막 끝낸 풍경 소리가 일주문 꼭대기에 걸린 태양을 배웅합니다.
"안녕~ 태양아~ 내일 또 보자~"
일주문 옆의 늙은 은행나무가 가볍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윽고 태양은 하늘에 자줏빛 입맞춤을 하고서 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법당에서는 노스님의 맑은 목탁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풀벌레들이 참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 노래하고 있습니다.
"똑~ 또옥~ 또르르르, 쓰릅~쓰르르, 귀뚤~귀뚤~"
비록 노랫말은 없지만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노래로 부르고 있습니다.
풀벌레들은 노스님의 예불이 끝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마당에는 어둠이 한 움큼씩 떨어져 넓게 퍼졌습니다.
"허허~ 그 녀석들 참.."
예불을 마친 노스님이 마당 한 켠의 바위에 걸터앉았습니다.
그리곤 가만히 풀벌레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너희들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좋구나.."
노스님의 말씀에 풀벌레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습니다.
"스~님~ 오늘 밤에도 저희랑 함께 노래 불러요~"
그러자 노스님의 쭈글쭈글한 볼이 환하게 펴졌습니다.
"허허..나도 그러고 싶은데..오늘은 손님이 오시기로 하셨단다.."
"어떤 손님인데요? 누군데요? 언제 오는데요?"
여치가 묻자 다른 풀벌레들도 따라 물었습니다.
"나도 잘은 모른단다..누구에게나 이맘때면 꼭 찾아오는 손님이니..
얼마 전에 기별을 받았으니 오늘쯤은 꼭 올게야.."
"그럼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린단 말예요?"
귀뚜라미가 더듬이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그렇단다.."
"그러지 말고 저희랑 노래 한 곡만 같이 하고 들어가세요..
달님도 스님이 부르는 하모니카를 듣고 싶어 저렇게 기다리고 있잖아요.."
쓰르라미가 돌아서려는 노스님의 귓불을 잡아 당겼습니다.
정말로 하늘 위에는 초승달이 귀를 쫑긋 세운 것처럼 떠 있었습니다.
"흐음...그럼 꼭 한 곡만이다.."
노스님의 말씀에 풀벌레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허허..녀석들..그리 좋누~"
노스님이 하모니카를 꺼내 입술에 대며 미소 지었습니다.
"좋고 말구요~ 저흰 스님 하모니카 때문에 여길 떠나지 않는 거라고요~"
마침내 노스님의 하모니카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 일 저 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고향하늘 쳐다보니
별떨기만 반짝거려
마음 없는 별을 보고
말 전해 무엇 하랴
저 달도 서쪽 산을
다 넘어 가건만
단 잠 못 이뤄 애를 쓰니
이 밤을 어찌해
달빛이 노스님의 하모니카에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풀벌레들은 노스님의 하모니카 연주에 맞춰 노래합니다.
노스님은 풀벌레들의 노래에 맞춰 다른 곡을 연주합니다.
등대지기, 고향생각, 반달, 클레멘타인..
노스님은 한 곡만 부를 거라는 약속도, 손님이 오실 거라는 것도 잊어 버렸습니다.
태양이 동쪽 기슭에서 황금빛 입맞춤을 하며 떠올랐습니다.
그날 밤부터 풀벌레들은 노스님을 볼 수 없었습니다.
아침 일찍 손님이 오셔서 노스님을 모셔갔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모니카 소리와 풀벌레들의 노랫소리는 밤이면 밤마다 들려왔습니다.
- 서운 -
스산한 바람이 낙엽을 모아 마당 모퉁이에 쓸어 놓았습니다.
탑돌이를 막 끝낸 풍경 소리가 일주문 꼭대기에 걸린 태양을 배웅합니다.
"안녕~ 태양아~ 내일 또 보자~"
일주문 옆의 늙은 은행나무가 가볍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윽고 태양은 하늘에 자줏빛 입맞춤을 하고서 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법당에서는 노스님의 맑은 목탁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풀벌레들이 참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 노래하고 있습니다.
"똑~ 또옥~ 또르르르, 쓰릅~쓰르르, 귀뚤~귀뚤~"
비록 노랫말은 없지만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노래로 부르고 있습니다.
풀벌레들은 노스님의 예불이 끝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마당에는 어둠이 한 움큼씩 떨어져 넓게 퍼졌습니다.
"허허~ 그 녀석들 참.."
예불을 마친 노스님이 마당 한 켠의 바위에 걸터앉았습니다.
그리곤 가만히 풀벌레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너희들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좋구나.."
노스님의 말씀에 풀벌레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습니다.
"스~님~ 오늘 밤에도 저희랑 함께 노래 불러요~"
그러자 노스님의 쭈글쭈글한 볼이 환하게 펴졌습니다.
"허허..나도 그러고 싶은데..오늘은 손님이 오시기로 하셨단다.."
"어떤 손님인데요? 누군데요? 언제 오는데요?"
여치가 묻자 다른 풀벌레들도 따라 물었습니다.
"나도 잘은 모른단다..누구에게나 이맘때면 꼭 찾아오는 손님이니..
얼마 전에 기별을 받았으니 오늘쯤은 꼭 올게야.."
"그럼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린단 말예요?"
귀뚜라미가 더듬이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그렇단다.."
"그러지 말고 저희랑 노래 한 곡만 같이 하고 들어가세요..
달님도 스님이 부르는 하모니카를 듣고 싶어 저렇게 기다리고 있잖아요.."
쓰르라미가 돌아서려는 노스님의 귓불을 잡아 당겼습니다.
정말로 하늘 위에는 초승달이 귀를 쫑긋 세운 것처럼 떠 있었습니다.
"흐음...그럼 꼭 한 곡만이다.."
노스님의 말씀에 풀벌레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허허..녀석들..그리 좋누~"
노스님이 하모니카를 꺼내 입술에 대며 미소 지었습니다.
"좋고 말구요~ 저흰 스님 하모니카 때문에 여길 떠나지 않는 거라고요~"
마침내 노스님의 하모니카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 일 저 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고향하늘 쳐다보니
별떨기만 반짝거려
마음 없는 별을 보고
말 전해 무엇 하랴
저 달도 서쪽 산을
다 넘어 가건만
단 잠 못 이뤄 애를 쓰니
이 밤을 어찌해
달빛이 노스님의 하모니카에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풀벌레들은 노스님의 하모니카 연주에 맞춰 노래합니다.
노스님은 풀벌레들의 노래에 맞춰 다른 곡을 연주합니다.
등대지기, 고향생각, 반달, 클레멘타인..
노스님은 한 곡만 부를 거라는 약속도, 손님이 오실 거라는 것도 잊어 버렸습니다.
태양이 동쪽 기슭에서 황금빛 입맞춤을 하며 떠올랐습니다.
그날 밤부터 풀벌레들은 노스님을 볼 수 없었습니다.
아침 일찍 손님이 오셔서 노스님을 모셔갔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모니카 소리와 풀벌레들의 노랫소리는 밤이면 밤마다 들려왔습니다.
- 서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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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찾아 오는 손님맞이을 풀벌래와 하모니카 화음으로 아름다운 손님맞이를 하실수 있으셨던 노 스님의 성불이지요.
어느날 찾아오신 손님맞이를 위해 오늘 이 순간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벽을 맞이해야겠습니다.
성불하세요.
나무아미 타불 관세음 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