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서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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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리아이 작성일2007.05.17 조회6,522회 댓글0건본문
언서혼 : 두더지의 혼인이란 뜻으로 처음에는 가장 높고, 존귀한 일을
구하다가 필경에는 같은 동류 에게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제 분수에
넘치는 엉뚱한 희망을 갖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출처 : 순오지(旬五志)
두더지 한 마리가 새끼를 칠 때가 되어서 혼인을 하고 싶은데 한번
제일 높은 데 거처하는 자와 혼인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생각할 적에 가정 높은 것은 하늘이라 하여 하늘에 청혼을 해
보았다. 그러나 하늘은 대답하기를, [내가 비록 온 세상의 물건을 총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해와 달이 아니면 나의 덕을 드러낼 수가 없은즉
해와 달에게 의논해서 하라.] 했다.
이에 두더지는 다시 해와 달을 찾아서 혼인을 구했다. 그러나 해와 달이
말하기를, [내 비록 넓게 비치고 있기는 하나 구름이 덮고 있은즉 사실
은 구름이 나보다 높으니 구름과 의논해 보라.] 했다.
두더지는 다시 구름을 찾아 청혼해 보았다. 구름은 대답하기를, [내가
비록 해와 달의 빛을 덮어 비치지 못하게는 하지만 바람이 한번 불면
모두 흩어지고 마니 사실은 바람이 나보다 더 높은 것이다.]고 했다.
두더지는 다시 바람을 찾아 혼인을 구했다. 바람은 대답하기를,[내 비록
구름은 능히 헤칠 수가 있지만 저 밭 가운데에 서 있는 돌부처는 자빠
뜨릴 수가 없으니 따지고 보면 돌부처가 나보다 더 높은 것이다.]고 했
다.
두더지는 하는 수 없이 돌부처에게 가서 청혼해 보았다. 돌부처는 대답
하기를,[내 비록 바람은 조금도 두려울 것이 없으나 오직 두더지가 내
발밑을 뚫고 들어오면 자빠지는 것을 면할 수가 없으니 사실은 두더지가
나보다 더 높은 것이다.]했다.
이 말을 듣자 두더지는 거만하게 앉아서 잘난 체했다.[천하에서 제일 높
은 놈이 있거든 나와 봐라.]
하면서 그 짧은 꼬리와 날카로운 입부리가 나의 가장 존귀한 모습이라
하고 드디어 두더지끼리 혼인을 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처음에는 가장 높은 일을 구하다가 필경엔 같은 동류에게로 돌아
간다는 것을 비유해서 쓰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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