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험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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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리아이 작성일2007.05.08 조회6,168회 댓글0건본문
해방이 되기 한 해 전인 1944년, 경상북도 시골마을에 젊은 내외가 나이많은
어머니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살았습니다. 젊은 내외는 주로 논밭에 나가 일을
하고 할머니는 집에서 손자를 돌보며 살았습니다.
어느날, 아들 내외는 밭일을 나가고 할머니는 아들 내외의 일을 덜어주고자
손자를 등에 업은채 쇠죽을 끓이게 되었습니다. 쇠죽은 뜨물을 솥에 부어 펄펄
끓인 다음 여물을 넣고 푹 삶으면 완성됩니다. 할머니가 뜨물이 펄펄 끓는 솥뚜
껑을 열고 엎드려서 여물을 넣으려는 순간, 할머니의 등에 업힌 손자가 배가
고프다며 몸부림을 치다가 끓는 물 속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죽어버린 손자를 안방의 구들목에 눕히고 홑이불로 덮어놓은 다음
그 옆에 주저않은 할머니는 그만 넋이 빠져버렸습니다. 아들내외는 어둠이
깔리자 집으로 돌아왔고, 며느리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는 홑이불을 덮어
쓰고 자는 듯 하였고, 평소 같으면 밥도 해놓고 쇠죽도 끓여 놓고 방에다 불도
켜놓았을 시어머니는 넋이 나간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어머님, 어디 아프세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시어머니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자 며느리는 부엌으로
가서 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아들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소리
쳤습니다.
“우리가 놀다가 왔어요? 집에 있으면서 밥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무엇을
하셨소?“
어머니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고, 밥을 하던 며느리가 대신 답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아프신가봐요. 당신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며느리가 밥상을 차려왔으나, 할머니는 여전히 넋을 잃고 앉아 있었습니다.
“어머님, 왜 그러세요?”
“어머니, 아파도 조금 드셔보소”
며느리와 아들이 여러 차례 권하였지만 할머니는 밥숟가락을 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저 아이를 깨워서 밥먹여라.”
아이를 깨우려고 홑이불을 들친 아내는 아이가 푹 삶긴 채 죽어있는 것을
보고 주저앉아 통곡하였고, 아들은 어머니를 윽박지르며 달려들었습니다.
“내 새끼를 저렇게 죽여놓고 살기를 바라요? 저 아이를 업고 함께 갑시다.”
“그러지 마세요 나이 많은 어머니를 왜 모셔가요? 당신 혼자 가서 묻고
오세요.“
그러나 아들은 노발대발하며 변명 한 마디 하지 못한 채 쩔쩔 매고 있는
어머니의 등에 죽은 아이를 업혀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한밤중이 되어
남편은 혼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님은 왜 안오세요?”
“쓸데없는 늙은이! 함께 묻어 버렸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당신을 낳아주신 어머니 아닙니까? 젊은 우리야
자식을 또 낳으면 되지만 어떻게 어머니를 생매장합니까? 당장 갑시다. 어머니
를 찾으로 가자고요.“
아내가 울면서 애원했지만 남편은 냉담하게 말했습니다.
“너 혼자 가서 파라”
그리고는 어디에 묻어놓았는지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2주일후,
남편은 아랫도리를 못쓰게 되어버렸습니다. 아들에게 파묻혀 죽은 시어머니가
큰 구렁이로 몸을 바꾸어 다리 부분을 완전히 휘감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말도 못하고 눈만 껌뻑거리며 지내다가 얼마 살지 못하고
저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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