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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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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풍뎅이 작성일2006.12.10 조회5,1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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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오는 날 / 김설하

          밤새 저 혼자 내린 눈이 팔각 보도블록으로 매운 그 집 마당을 하얗게 덮었다 그칠 줄 모르고 대추나무 위에 자라다만 똘배나무 위에 된서리에 오갈 진 호박잎 위에 가만가만 내려서는 온 세상을 부둥켜안는다 산과 들에 눈꽃으로 피어나 새하얀 빛으로 유혹하여 굽실한 머릿결에 진주처럼 달리고 얄팍한 어깨에 걸터앉기도 했다 은밀히 목덜미를 간질일 때면 그 감촉에 부르르 떨리는 아찔함 저는 저대로 부끄러워 이내 흘러내려도 먼데서 온 귀한 손님처럼 반갑다 사뿐히 내딛은 발채에서 뽀드득 뽀드득 알은체를 하곤 겁 없이 신발을 넘어 더러는 맨살에 제 몸을 문대고 금세 사라져도 하늘을 가리고 빼곡하게 쏟아져서 온 세상을 하얗게 도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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